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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PG

9/16 인세인 <신기루 도시> 후기

긴 글을 안써버릇했더니 블로그 키는 것만으로 부담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일주일만에 후기라니.. 내가 생각하기에도 너무하군^^;


플레이하고 나서는 어떤 게 스포일러인지 구분하기 좀 어렵네요. 일단 읽으셔도 플레이하는데 지장 없게끔 최대한 자중해서 쓰긴 했지만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플레이하고 싶어하는 플레이어 타입이시라면 읽지 않는 것이 좋겠죠. 지금 강의 보강 들으러 가기 전에 적는 거라 글에 두서가 좀 없어요..


마스터: 시간의 핢술사님 PC1: 까무님

PC2: 테라스님 PC3: 도롱뇽님 PC4: 손가락인형 (본인)


저번에 <잭은 너의 곁을(http://cafe.naver.com/trpgdnd/72515)>을 플레이하면서 TRPG라는 매체/장르적 특성을 이용한 시나리오적 장치에 잊지못할 충격과 큰 재미를 맛봤었는데 <신기루 도시>는 또 다른 방향으로 감명을 주었습니다.


마스터이신 핢님이 PC이미지로 고르게끔 인물 사진들을 준비해오신 것에서부터 몰입감을 위한 요소에 신경을 많이 쓰시는구나 생각했는데 이 플레이는.. 그러한 연출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었어요.

소재 자체가 참 사랑받는 주제라 영화나 만화 게임 등에서 접할 수 있고 개인적으로는 자캐커뮤를 뛰면서도 했었는데 이 소재에 이입할 수 있는 연출을 고민하신 티가 정말 많이 느껴졌고 실제로도 그간 제가 본 작품들 중 가장 쉽게 이입할 수 있었어요.


TRPG라는 장르의 존재를 처음 알았을 때의 감상은 현대에 보기 드문(?) 상상력의 극대화를 요구하는 아날로그적 게임이라는 것이었는데 제가 직접 플레이하게 되었을 때는 자캐커뮤를 뛰면서 텍스트(혹은 역극 지문?)를 통한 조사 및 판정, 진행 등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를 기반으로 적응했었거든요.

그런데 신기루 도시는 (핢님 개인의 준비성 때문에도 그렇지만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있는 장치들 자체가) 보다 정통적이랄까.. 보드게임같은 요소가 더 강했다고 느껴졌습니다. 아마 여기에는 시나리오의 RPG적 분위기, 중세 어드메의 판타지적 시대, 개인별로 부여된 인트로들도 한 몫 했을 거고요.


 이번 플레이에서 PC들끼리의 궁합도 참 좋았던 것 같아요. (핢님의 말씀을 빌리자면) 점술가 엘렉트라가 52세이기 때문에 최고연령자일 줄 알았더니, 62세 노년의 여행자 반이 있었고. 그런 반과 동행하게 된 것이 반보다는 훌쩍 젊은 여행자라는 사실도, 그들의 안내자를 자처하는 주민의 성별이 그리 중요하지 않은 성향. 이런 조합이 불러일으키는 고즈넉하면서도 수상한 분위기가 개인적으로는 참 좋았어요.


PC들간의 조합이 그랬다는 것이고(일렉트라가 살의..를 가지게 되긴 했지만 주사위가 조금 날뛴 감이 있어서 그렇지 저는 대체로 평온했다고 느꼈어요.. 저는....) 조사 자체에는 다소 빡빡한 긴장감이 있었는데 이것은 추후 조율에 대한 건의가 오가기도 했지만, 쉬는 시간을 짧게 가지고 게임을 이어나가게 만든 것이 시나리오가 몰입도가 높았다는 증거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외에 스포일러를 안하면서 꼭 적어야하는 것이 있다면 적이 너무 지나치게 귀여웠고요.. 핢님도 너무 귀엽게 만들어졌다고 푸념하듯 말씀하셨는데 시나리오 자체가 어드벤쳐물로써 탁월하기 때문에 신기루 도시의 축제에 가을의 이미지를 더한다면 할로윈 날 플레이하기에도 딱좋아! 라고 생각해요 적의 외양을 수정하지 말아주세요..


 첫 테스트 플레이였기 때문에 플레이가 끝나고 나서 시나리오의 수정점이나 좋았던 점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길게 가졌는데, 나온 이야기들이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에 저희 다음에 신기루 도시를 여행하게 될 분들은 어떤 플레이를 하게 될지, 이것을 (또다른 모습으로) 플레이해볼 수 있다는 사실이 부럽기까지 합니다.


한 줄로 말하자면 어쩌면 TRPG를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도 강추!할 만한 자극적인 요소 없이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판타지어드벤쳐 시나리오에요.


론 어떤 분이 어떤 PC를 맡느냐에 따라 협동이냐 갈등의 요소를 타면서 분위기는 달라질테지만요... 그게 TRPG의 묘미니까..

PC들이 가지게 되는 설정도 그 베이스만으로도 완성도 높은 편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번에 제가 플레이한 캐릭터인 알레그라는 알레그라는 다른 PC들을 이용해서 자기 목적을 성취한 면이 있었어요. 그 덕분에 알레그라는 제가 TRPG나 커뮤를 막론하고 이제껏 플레이한 캐릭터들 중 가장 입신양명했어요. 펌블이 2번이나 나오긴 했지만 (주사위 빌려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해요 흑흑 TRPG를 플레이할 수록 미신을 믿게 됩니다.) 전투 순서에서 나름대로 간 본 게 통해서 사명도 달성했고.... 몰아세운 반이나 죄없는 로하커 블루에게 살의를 가진거나 블랙모어에게는.. 음 특히 블랙모어에게는 많이 미안해야겠지만... 뭐 그런 캐릭터였어요. 인세인 할 때마다 생각하는 거지만 사명을 이루기 위해 계산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언제나 너무 재미있네요.......


공적점 계산은 처음 해봤는데 6점 나왔어요! 높은 거래요. 와아앙~~!!


사족으로는 고양이가 너무 귀여웠고 도둑잡기에서 조커를 연거푸 잡아 3~4연패를 한 데는 아마 일렉트라의 업보가 있지 않았는지.. 그리고 처음 가본 카레거기가 밥이 적고(밥 추가 가능하다니까 다음엔 빨리 해야지) 카레가 다소 진했지만 맛있게 먹었어요. 그 다음에 간 카페가 메뉴들에 음악가와 화가들 이름을 붙여놓은 것이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TRPG 하나 플레이하고 나니까 플레이가 2개 잡히는 놀라운 경험을 했는데 크게 기대되어요.